졸업을 한 지 1년이 지났다. 내 친한 동기들을 제외한 사람들 반은 이미 취업에 성공했고, 반은 뭐 - 잘 살고 있으려니 생각한다. 졸업 후에 내 나름 일년의 계획을 두루뭉실하게 짰는데 일년 후 내 손에 쥐어진 건 삼백도 안 되는 7자리 숫자와 연륜? 하, 연륜이라고 해야 속이 덜 상하지 일 년, 짧지도 그렇다고 길지도 않은 그런 시간들 속에서 난 뭘 했는...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닐 거라는 생각은 했다. 면접비를 주면서, 사람 좋은 웃음을 날리면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는 걸 알고 있었다. 꿀리는 기업들은 한 명이라도 더 들어와야 자기들이 편하니까 아니나 다를까. 들어오자마자 남자친구는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음식취향을 가지고 성질머리를 판단하는 언변까지. 너무 다양해서 와 뭐지 줏대가 없나는 생각이 들 ...
글쎄 이 일을 시작한지도 벌써 반 년이 다 되어가는데 좋아하는 건지, 좋아하기 위해 버티고 있는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일에 관련된 것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정서가 나랑 안 맞아서 더 헷갈리는 건지도 태생부터 모범생인 사람과 모범생인척 살아온 사람의 간극은 생각보다 크다. 사수와 나의 차이겠지. 일년만 버티면 나아질까, 태생부터 정해진 것처럼 지금 벌어진...
자동으로 눈이 떠지는 내 생체리듬을 원망하며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일주일 하고도 하루가 더 남은 퇴사일만을 생각하며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유투브를 켰다. 지긋지긋한 출근을 일시적으로 망각시키는 나만의 심리적 안정이랄까. 그래봤자 보는 거라곤 어제봤던 영상, 일주일 전에 봤던 영상들이지만 출근 생각이 나지 않게하려면 매일 출석체크를 해...
고백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너로 남았는데 널 다시금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오고 있다. 이걸 깬다면 후회가 더 깊게 남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요즈음이다.
인천공항에서 밤을 새고 광희중학교에서 기사시험을 치른 뒤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봤다. 제목은 루트64. 포스터 속에 그려진 사람의 형태가 지금의 나와 닮아서 택했다. 자리에 앉은지 1분 남짓 되었을까. 한 인물이 관객을 보고 하는 대사로 연극은 시작됐다. 각자 다른 성향을 가진 4명은 실질적이지만 실제로는 드러나지 않는 한 인물의 명령으로 모여 워크를 수행...
길지도 않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끼는 감정의 대부분은 후회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놓치고 기회를 부여잡는 것을 반복한다고 하던데.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서까지 내 자신을 홀대하고 낮추고 밑바닥까지 드러낸다. 사회에서 인정받은 얼추 괜찮은 직업군들을 가진 이들은 말한다. 그들에게서 벗어나 네 자신을, 너만의 것을 가지라고들 하지만. 잡념과 같던 그...
나는 네가 어렸을 때 별 시답잖은 말로 포장한 너의 말을 여전히 기억한다. “너 왜 일기에 나랑 같은 반 되게 해달라고 적었어? 나 다 들었어.” 퍽 진지한 모습으로 채사를 하고 있던 너는 차마 끝마치지 못한 손등의 공기를 우수수 떨어뜨리며 나를 멍하니 쳐다봤다. 옆에 있던 친구들은 누가 왔는지, 왜 떨어졌는지 신경도 안 쓰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음 ...
권태, 뭘 하기 싫다는 것보다 하고 싶은 걸 찾아야 할 지금 이 시기에 난 조용히 발을 닦고 잠잘 준비를 한다. 이렇게 오늘의 일을 내일로, 내일의 일을 내일 모레로 그렇게 미루다보면 언젠간 해야할 일이 사라지지 않을까. 나는 나대로의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언어로 전달했지만 그들은 내 감정에 상처를 받는다. 또 다른 사람들의 감정의 언어를 통해 내가 상처를...
사람은 누구에게나 공평할 수 없다. 그게 제일 드러나는 대상은 가족이다. 몇 년 전 공익광고에서도 밖에서는 친절하고 누구에게나 상냥하지만 집에서는 무뚝뚝하고, 신경질적인 가족의 모습을 그린 적이 있다. 이젠 누구에게 탓을 하기에도 너무 늦었다. 탓하기 이전엔 먼저 자신의 잘못도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시인하게 되는 것이다. 사춘기 시절, 어긋난 관심과 이해...
휴대폰을 하다가 눈꺼풀이 감겨 나도 모르게 잠에 들다가 꼭 새벽 3-4시에 일어나 불을 끄고 다시 자는 일상이 반복되는 하루. 딱딱한 이부자리를 온 몸으로 느껴가며 뻐근한 아침을 맞이하는 그 일상이 내겐 너무나도 무료했다. 그렇지만 이걸 난 고독 속 평화라고 부른다. 지친 몸을 이끌고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더위와 싸우는 내 자신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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